Birdy

노년층 가족 소통을 위한 종이 기반 메시징 디바이스

PROBLEM

노년층을 비롯해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사용자는 복잡한 UI, 작은 버튼, 여러 단계의 메뉴 탐색 때문에 메신저를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사회와의 소통이 끊기거나 꼭 필요한 정보에 닿지 못합니다.

APPROACH

Birdy가 노년층과 손주 세대를 잇는 구조도. 손글씨 카드가 메신저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스케치에서 본체와 버튼 변형, 프로토타입을 거쳐 최종 디자인에 이른 과정

스마트폰 대신 쓰는 전용 디바이스 Birdy를 설계했습니다. 리드 연구원으로서 보조 연구원 둘과 함께 다음 과정을 밟았습니다.

  1. 유저 리서치: 문헌 리뷰, 과업 분석, 사용자 인터뷰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사용자가 어디서 막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찾았습니다.
  2. 제품 디자인: 리서치에서 나온 것을 바탕으로 종이 같은 아날로그 요소와 손으로 하는 조작을 섞어 디자인을 잡고 첫 컨셉을 그렸습니다.
  3. 프로토타입 제작 및 테스트: 워킹 목업 3대를 만들고 6쌍의 가족 사용자와 3주간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4. 데이터 분석: 모은 정성 데이터와 정량 데이터로 사용자가 어떻게 썼고 무엇을 느꼈는지 보고 Birdy가 무엇을 바꿨는지 따졌습니다.

3가지 형태를 놓고 시작했습니다. 스탠드형은 부모 세대가 어릴 때 쓰던 우편함에 가까운 경험을 줄 수 있었지만 집에서 매일 쓰기 불편해 접었습니다. 벽걸이형은 화면을 크게 쓸 수 있는 대신 메시지를 쓸 자리가 없어 접었습니다. 남은 것이 탁상형입니다. 종이와 펜과 같은 자리를 나눠 쓰고 옮기기도 쉬웠습니다.

메시지를 보여 주는 방법으로는 감열 프린터도 검토했습니다. 종이로 받는 쪽이 아날로그 경험에 더 가까웠지만 디스플레이를 골랐습니다. 짧은 메시지가 빠르게 오가는 대화에서는 순서와 맥락을 훑기에 화면이 낫고 용지를 갈아 끼우는 일이 노년층에게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이 자체도 고민거리였습니다. 둥근 종이는 기기에 넣기 쉽지만 쓸 자리가 좁고 각진 종이는 그 반대였습니다. 그래서 모서리만 둥근 사각형으로 정하고 크기는 포스트잇보다 조금 작은 66mm로 잡아 메시지가 저절로 짧아지게 했습니다.

SOLUTION

모서리가 둥근 종이 카드에 펜으로 메시지를 쓰는 손 쓴 카드를 Birdy 상단 슬롯에 넣는 손. 옆에는 이모지 카드 보관함 Birdy 본체에 카드를 밀어 넣는 모습

카드가 들어가는 둥근 모서리 슬롯 클로즈업 하트와 표정이 그려진 이모지 카드를 넘겨 보는 손 손주의 스마트폰 대화창에 손글씨 메시지가 사진으로 도착한 화면

메시지를 받고 손글씨로 답장해 전송이 끝나기까지, Birdy의 빛과 화면, 스마트폰 대화창이 바뀌는 6장면

Birdy는 노년층을 위한 탁상형 메시징 디바이스입니다. 종이와 펜으로 쓴 손글씨가 입력이 되고 그 손글씨가 그대로 가족에게 갑니다.

화면에는 메시지 하나만 띄웁니다. 디스플레이 크기와 버튼 배치는 노년층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맞췄고 메시지 전용 화면을 따로 둬 정보가 쌓이지 않게 했습니다. 받았는지, 보냈는지는 반투명 아크릴 본체 너머로 퍼지는 LED 빛이 알려 줍니다.

66mm 종이 카드에 쓴 메시지는 Birdy가 디지털로 바꿔 보냅니다. 그래도 글씨의 질감과 버릇은 그대로 갑니다. 감정은 함께 주는 이모지 카드 20종으로 붙입니다.

조작은 버튼 몇 개면 됩니다. 넘겨 보는 물리 버튼과 단순한 화면으로 단계를 줄였고 받은 메시지는 화면에 크게 뜹니다.

IMPLEMENTATION

Birdy 내부 부품 사진과 분해 도면. 고휘도 LED, 링 LED를 단 카메라, 적외선 센서, 리니어 스테핑 모터, 제어 보드

Birdy 시스템 구성도. 모터와 센서가 아두이노에,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라즈베리파이에 연결되고 메신저 서버와 인식 모델을 거친다

이모지 카드 인식 시도. 왼쪽은 바코드 인식 결과, 오른쪽은 Teachable Machine의 카드별 예측값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품 디자인 3갈래로 개발했습니다. 두 보드로 역할을 나눴습니다. 아두이노 나노는 IR 센서, 리니어 스텝 모터, 링 LED, 이전과 다음 버튼을, 라즈베리파이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텔레그램을 맡습니다. 카드가 들어오면 링 LED를 단 광각 카메라가 좁고 어두운 내부에서 카드를 찍습니다. 라즈베리파이가 그 사진의 밝기와 선명도를 올리고 카드 모양대로 둥근 사각 마스크를 씌워 텔레그램으로 보냅니다. 답장은 별도 흐름이 텔레그램을 계속 확인하다가 받아서 글자는 이미지로 바꿔 화면에 띄웁니다.

이모지 카드는 처음엔 바코드로 구분하려 했지만 광각 카메라의 왜곡 때문에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Google Teachable Machine으로 이모지 카드 20종을 학습시키고 90% 넘게 확신할 때만 이모지로 보고 텔레그램 스티커로 보냈습니다. 손글씨는 글자로 인식하지 않고 사진 그대로 보냅니다.

상태는 빛으로 나눴습니다. 새 메시지가 오면 파란빛이 깜빡이고 보내는 동안에는 파란빛이 숨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지며 전송이 끝나면 초록빛으로 바뀝니다. 목록 끝에서 더 넘기면 화면에 ‘첫 메시지입니다’, ’마지막 메시지입니다’가 잠깐 뜹니다.

PROTOTYPING

폼보드로 만든 초기 목업. 화면에 메시지가 떠 있다 모니터 앞에서 프로토타입을 시험하는 모습. 기기 화면에 인식된 글씨가 보인다

작업대에 펼쳐 놓은 부품들. 링 LED, 기판, 케이스와 공구 여러 색으로 만든 케이스와 손잡이 부품들

초기 목업은 폼보드로 만들었습니다. 그 뒤로 부품을 Fusion 360으로 모델링해 3D 프린팅으로 뽑고 외관은 CNC로 깎았습니다. 필드 테스트에는 색만 다른 워킹 목업 3대를 썼습니다.

카메라 화각의 중심과 카드의 중심이 정확히 맞아야 해서 모든 구조를 볼트와 너트로 조립했습니다. 카드는 두껍고 무게감 있는 종이로 골랐고 투입구는 비스듬히 기울이고 색을 넣어 넣을 자리가 바로 보이게 했습니다. 본체는 전자 부품이 든 쪽과 종이와 펜, 이모지 북을 담는 쪽이 반씩 차지합니다. 새 기기를 낯설어할 노년층을 생각해 정한 비율입니다.

코드는 Meemo 레포에서 시작했습니다. 2021년 2월부터 7월까지 날짜를 붙여 저장한 버전이 37개 남아 있습니다.

IMPACT

필드 테스트 참가자가 책상에서 카드에 메시지를 쓰는 모습 거실 창가 테이블에 놓인 Birdy 참가자 집 선반에 설치한 Birdy와 카드 보관함

서랍장 위에 놓인 Birdy와 이모지 보관함 참가자가 툇마루에서 Birdy를 사용하는 모습 침실 서랍장 위에 놓인 Birdy

3주 필드 테스트의 주차별 메시지 수 그래프. 6가족의 추이

3주 동안 가족 구성원별로 손글씨·타이핑·이모지·사진 메시지를 보낸 시점과 종류별 총 개수

3주 필드 테스트에서 노년층 참가자의 메시지 사용량과 대화 주제가 달라졌습니다.

6쌍의 가족 중 노년층은 주당 평균 21.5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았습니다. Birdy를 쓰기 전보다 약 3배입니다. 한 조부모는 주 1~2회 하던 전화가 주당 메시지 35개로 바뀌었습니다.

아무 때나, 어디서든 보낼 수 있게 되자 대화도 넓어졌습니다. 안부에 머물던 이야기가 일상과 건강, 가족 소식으로 옮겨 갔습니다. “밥 먹었니?“로 끝나던 대화에 손자의 시험 결과와 취미 이야기가 들어왔습니다.

참가자의 70%는 손글씨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습니다. 꽃을 그리거나 글씨 크기를 바꿔 마음을 전한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83%는 받은 종이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었고 손자의 메시지를 서랍에 넣어 둔 조부모도 있었습니다.

REFLECTION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

Birdy로 하드웨어 제품이 사용자 손에 닿기까지의 단계를 처음으로 전부 밟았습니다. 설계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용법을 알려 드리고 피드백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기기는 멈추지 않아야 했고 쓰기도 편해야 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시험하고 펌웨어를 고치기를 되풀이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같이 설계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기술로 사회 문제를 푸는 디자인을 처음 고민해 본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